其二
방각재 이야기 由 來
방각본(坊刻本)은 민간의 책방에서 목판에 새겨 펴낸 책입니다. 누구나 손에 쥘 수 있도록, 정성껏 새겨 널리 나누던 마음.
방각재는 그 마음을 상에 옮긴 자리입니다. 백 년 넘은 북촌의 한옥, 마당의 감나무 그늘 아래에서 차를 우리고 솥밥을 짓습니다. 빠르게 내는 한 끼가 아니라, 한 자 한 자 새기듯 천천히 차린 한 상을 권합니다.
찻잎은 하동과 보성의 다원에서, 나물과 채소는 절기마다 산지를 바꿔 들입니다. 그릇은 분청과 백자, 무쇠솥은 무겁고 오래된 것을 씁니다. 손이 많이 가는 만큼, 자리를 비워 두고 미리 청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창밖으로 기와의 골이 흐르고, 마루에는 햇살의 계선이 길게 눕습니다. 부디 말수를 줄이고, 차의 김이 사그라드는 동안 잠시 머물다 가시길.